연습장:가공지도작성론
| 지로의 연습장 | 틀 | ||||
|---|---|---|---|---|
| 상위 목차 |
1번 가공지도 작성론 |
2번 시각표 작성연습 |
3번 시각표 취미개설 |
4번 시각표 가공여행 |
| 5번 2026 하계여행 |
6번 천휘국 예비설정 |
7번 미지정 연습공간 |
8번 미지정 연습공간 |
메모 임시기록장 |
주의
본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본 위키 혹은 기타 단체, 학계 등에서 공인된 용어가 아니며, 다만 다른 문헌에서 사용된 용어를 적절히 번역하거나, 필자의 편의상 새롭게 조어하거나 기존 단어의 의미를 변용한 경우가 있다. 일부 용어는 필요에 따라 보족하였다.
본서의 목적
본서는 가공지도[1], 그 가운데 특히 지구형 혹은 유사지구형 가공지도[2]를 제작할데 있어 생각해봄직한 것을 다방면에서 접근하여 첫 창작을 도전하는 이의 문턱을 낮추고, 기존 창작자에게도 다양한 창작 방법에 대한 사고(思考)를 넓게 하고자 한다. 그 가운데서도 지도로 그려 나가는 세계(Universe. 흔히 세계관)의 창작 중심 목표가 만화, 소설, 게임등의 배경설정으로서, 혹은 실제 건축·도시계획으로서가 아닌, 지도 작성 혹은 국가·지역을 창작하는 활동 자체에 놓여 있는 경우를 주 독자로 고려하였다.
서문
가공지도를 제작하려면 우선 현실의 지도를, 그리고 그 지도가 담고 있는 지역의 일반적인 사항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가공지도의 제작에 지도와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연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가공지도의 작성을 시작하고 나서 현실의 지도를, 지역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거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도’라는 매체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도로, 강물과 같은 지형지물에는 쉽게 착목할 수 있지만, 그 속에 간접적으로 숨어 있는 이야기, 가령 도로의 경로가 정해진 경위나 강물이 불어나면 어디까지 넘치는가에 대해 깊이 다가갈 기회는 많지 않다. 현실의 땅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지도 제작자나 그 위에 무언가를 구상하는 도시 계획가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겠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의 범위를 뛰어넘어 굉장히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요소가 숨어 있다.
창작 심도(현실을 변형하고 새로이 그려내는 깊이.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와 창작하는 방향에 따라 요구되는 지식, 학문 혹은 사고방식의 범위는 다르겠지만, 가공의 세계를 묘사한 지도를 제작할 때에는 우선 현실의 지도, 지역, 그리고 현상 또한 유심히 관찰해 보아야 한다. 본서는 그러한 관찰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참고서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본서에서 서술한 내용에서 더욱 변형, 발전시킨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가공지도의 분류
가공지도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분류할 수 있다. 단, 이들 분류 기준은 철저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한 가공지도가 두 개 이상의 분류에 속하거나 분류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
창작목적성기준
가공지도는 그 지도의 제작 목적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 지도중심형: 지도를 그리는 것이 세계 창작(변형)의 가장 큰 목적인 경우.
- 지도-추가창작형: 지도를 그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그 지도가 나타나는 세계에 대해 부수적인 설정을 지도 이외의 수단으로 더하는 경우.
- 부차설정형: 지도는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 세계 창작의 중점은 다른 곳에 있는 경우.
- 도시계획형: 현실의 건축, 도시계획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한 도면 등, 비교적 자유로운 창작이 아닌 경우.
창작심도기준
가공지도는 지도가 그려내는 세계를 어디까지 창작(변경)하였는가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더욱 '깊이 창작'된 가공지도이다.
- 지구 인문변경형 가공지도: 현실(지구)상의 지도를 배경으로 두고, 그 자연 지형 등은 지대하게[3] 변경하지 않고, 다만 건축물·교통망·도시구조·역사·문화 등에 대해 첨삭·변형된 세계를 묘사한 지도.
(요약) '지도대로 실현되면 현실의 풍경이 다소 변형되지만, (인구 등의 배경이 맞는다면) 현실적인 공사 방법 등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지구 자연변경형 가공지도: 현실(지구)상의 지도를 배경으로 두고 있으나 그 가운데 전부 또는 일부 지형이 지대하게 변형된 것. 인공섬으로 조성될 수 없는 섬이나 대륙 등이 추가·삭제되거나 자연지형지물에 (복개, 굴착 등 인간의 조작으로 이루어질 수 없을 만큼의) 변형이 적용되었으나, '자연의 섭리'는 통용되는[4] 세계를 묘사한 지도. - 그 변형의 원인이 창작자의 세계 창작을 위해 세계 외에서 이루어졌는지(곧, 세계 내의 인물은 그 지형을 지극히 당연시 여기는지), 자연재해 등으로 세계 내에서 이루어졌는지(즉, 특정 시점의 인물은 변형 전의 모습을 인지하였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요약) '지도대로 실현되면 현실의 풍경이 크게 변형된다. 인류의 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비지구 유사지구형 가공지도: 현실 지구와 '지도로 표현하였을 때' 유사한 환경의 행성. 즉, 인류 혹은 그와 유사한 생활 양식을 가진 생물에 의한 문명이 압도적으로 번성하며, 지형은 물과 흙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실의 여러 일반적인 물리 법칙 등이 통용되는 행성 등이 배경인 세계를 묘사한 지도. -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면 지도에 묘사되지 않는 요건(가령 하루의 길이, 행성의 공전 속도, 인간 신체의 세부적인 구조 등)이 다르더라도 이에 포함한다.
(요약) '지도대로 실현되더라도 현실 지구의 풍경에는 별 영향이 없으나, 어떻게든 현실의 인류를 '이주'시킨다면 그 인류는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으로 인식할 것이다'. - 비지구 이론창작형 가공지도: 현실 지구와 완전히 별개의 행성이 배경이며, 현실 인류의 생활 양식 및 그와 유사한 양식의 형태를 띠지 않는 문명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현실의 일반적인 과학법칙과 이론이 적용되지 않거나, 마법·초능력 등이 일반화되어 있는 등, 지구 인류가 '이주'하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근간의 이론부터 창작된 세계를 묘사한 지도.
(요약) '지도대로 실현되더라도 현실의 풍경에는 별 영향이 없으나, 현실의 인류를 '이주'시킨다면 그 인류는 세계의 극히 기본적인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매우 익숙해지기 힘들 것이다'.
더욱 깊게 창작된 세계를 구축하는 경우, 창작자는 그렇지 않은 세계 창작자에 비해 현실과의 괴리 해소, 혹은 이론적 부분의 개작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한편, 목적에 있어 '도시계획형'에 가까운 가공지도의 경우에는 그 특성상 '지구 인문변경형'보다 더 깊은 창작 심도로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적을 것이다.
창작자관점기준
가공지도는 지도가 나타내는 그 세계를 창작하는 이의 세계를 대하는 관점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창작의 결실로서의 '지도'는 현실에 존재하며, 창작자가 직접 만질 수 있으므로(디지털 편집을 포함한다) 굳이 아래 기준대로 분류하자면 '지도의 창작자'는 무조건적으로 '세계 내 - 권위자적 관점'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지도가 표현하는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하여서는 그것이 가공의 존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향성이 존재한다.
대세계관점
- 세계 내적 관점: 창작자가 가공지도가 그려내는 지역(가령, 도심 속 · 건물 안 등)에서 그 인물, 사물 등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정의되어 있다.
- 세계 외적 관점: 창작자가 가공지도가 그려내는 지역의 세계 안에 대해 일체의 상호작용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정의되어 있다.
창작자가 세계 내적 관점으로 세계를 그린다는 것은, 세계 속에 자신의 '집'이 위치한다는 것과 가깝다. 지도에 그 존재를 명시하든 아니든, 자신의 '거처'와 어떠한 '지위'가 세계 속의 인물 중 누군가에게는 알려져 있다[5]는 설정 방식이 되겠다. 반면 세계 외적 관점으로 세계를 그린다는 것은, 세계 속 어디에도 자신이 사는 곳이나 자신의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속 인물도 일반적으로 창작자를 인지할 수 없다. '세계'의 범위를 정의하기에 따라 같은 가공지도의 관점이 바뀔 수도 있다. 행성 A를 세계로 정의하고 가공지도의 작성 대상으로 삼고, 창작자의 거처는 행성 B에 설정된다면(그리고 행성 A와 B 사이를 오갈 수 없다면) 행성 A에 대한 지도는 세계 외적으로 작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행성 A와 B를 포함한 행성계를 통째로 창작하고 있다면, 그 지도들은 일부 세계 내적으로 작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권위관점
- 권위자적 관점: 창작자가 가공지도가 그려내는 지역에 대해 지도에 차이가 나타날 만큼의 변형을 일으킬, 혹은 그런 제안을 시도할 강한 권력을 지닌다.
- 비권위자적 관점: 창작자가 가공지도가 그려내는 지역에 대해 권력을 지니지 않는다.
창작자가 권위자라는 것은, 세계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 등을 관철시켜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곧, 세계 내에서 정치인에 상응하는 인물이거나, 세계 외에서 관망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조물주 혹은 초월적 존재와 같은 시점으로 정의된다. 반면 권위자가 아니라면, 세계 내에서 큰 의견을 내지 않는 주민이나 측량사이거나, 세계 외에서 모종의 방법과 수단으로 관측, 관찰하고 있는 천체관측자, 죽은 이의 망령, 혹은 세계를 방치하는 무능한 신과 같은 이 등이 해당될 것이다.
권위관점에 있어 '권위'의 규모는 후술하는 '면적'·'축척'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작은 집 하나를 세계로 삼고 그 평면도를 가공지도로 삼는다면, 그 안의 물건들을 움직일 수 있는 4인 가족이 있다면 상당히 막강한 권위자일 것이다. 그러나 작은 집은 하나의 요소에 불과해지는 규모, 예를 들어 주택 단지나 도시의 면적을 그린다면, 또 구태여 그 단지 속의 가구 배치를 표현할 정도의 축척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구를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는 결코 권위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가공지도의 제작 도구
가공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도구로 무조건 어떠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에서든지 가공지도는 창작될 수 있다. 노트에 필기구로 직접 선을 그을 수도 있고, 전자 기기의 ‘그림판’이나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보다 편리하고 섬세한 가공지도의 창작을 위해서라면, 지도의 창작 방향과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프로그램을 찾기 위한 여정이 필요할 수 있다. 또는 상당한 연습과 단련을 필요로 하겠지만 종이 위에 펜으로 작성하면서도 보통의 인쇄물을 능가하는 창작의 질을 선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례로, 일본의 가공지도 창작자인 '리베'가 만든 1万分の1地形図 紫雲谷이 있다.)
가공지도의 묘사 범위 정의하기
면적
지도는 땅의 어딘가를 나타낸 그림이므로, 그 지도가 묘사하는 세계에는 면적이 존재한다. 실제 지도의 크기와 축척(scale)이 어떠한지를 불문하고, 그 지도로서 표현되는 범위는 작은 사무실 한 개 크기에 불과할 수도 있고, 지구(혹은 다른 행성) 전체를 그린 세계 지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공지도를 창작하려는 단계에 있다면, 우선은 현실의 지도에 존재하는 나라들, 도시들과 비교해 보며 어느 정도 되는 면적을 그릴 것인가 하는 일종의 캔버스의 대략적인 크기를 정하여 두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그림 작품과는 다르게, 지도는 그 특성상 작성 도중에 마음이 바뀌면 과감하게 잘라내거나 덧붙여도 된다.
정밀성
세계 내의, 즉 지도 속 사람들이 느끼는 면적과 별개로 물질적인 지도 자체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지도는 지형지물 등을 실제 크기에 비해 축소하여 표현한다. 이 축척이 얼마나 큰가에 따라, 지도에서 나타내는 내용의 정밀도가 달라진다. 종이 지도에서는 그 존재가 상당히 강력하게 인지되는 축척의 정의는 비교적 확대·축소가 용이한 디지털 환경에서 제작하는 경우 등한시될 수 있으나, 디지털 환경인 경우에도 '얼마나 세부적인 정보를 묘사할 것인가'를 사전에 정해 두지 않으면 작성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면적을 캔버스에 비유한다면, 축척·정밀성은 붓의 두께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캔버스라도 얇은 볼펜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면 아주 정교하게 묘사될 것이고, 커다란 캔버스라도 색칠용 페인트 붓이라면 금방 꽉 찰 것이다.
단독주택의 각 호, 작은 농로와 골목길, 실개천, 아파트, 학교, 행정관서, 하천, 대로, 철도역, 고속도로, 공항 등 지도상에 그려질 수 있는 지형지물을 대략적으로 떠올려 보고, 어디까지 창작할 것인가 하는 가이드라인을 먼저 잡아 두도록 하자. 당장은 정교한 묘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향후 묘사할 것에 대비해 두는 것 또한 좋다.
가공지도 배경 설정 구상하기
자연 지형
가공지도가 그려내는 면적이 극히 좁은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기반으로서 자연에 의해 형성된 지형을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문환경 요소와는 달리, 문화·풍습·기술 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
창작 심도가 매우 얕은 '지구 인문변경형' 가공지도에서는 실존하는 지형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으로 자연 지형 설정이 완료된다. 한편 가장 깊은 심도에 해당하는 '이론창작형' 가공지도에서는 행성과 물질의 기본적인 동작 방식에도 변주를 줄 수 있기에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설정을 필요로 하겠으나, 철저하게 꾸며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매우 독창적인 동시에 개연성 있는 창작의 배경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양쪽 극에 해당하는 창작 심도를 가진 세계를 제외하면, 창작 심도와 기반 설정에 따라 그 개략적인 방향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배경이 지구 혹은 그와 매우 가까운 환경의 행성으로 지정되어 있다면, 자연 지형이 형성되는 원리는 같다. 지구과학, 지질학 등의 학문에서 다루는 범위와 가까우므로 이쪽 방면의 서적이나 웹 사이트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연 지형의 설정은, 점차 심도를 깊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도를 작성하는 데 있어 개연성에 과하게 얽매여 진척이 느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지형은 '순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호수가 말라서 육지가 될 수도 있고, 판의 이동 등으로 육지가 갈라져 바다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선 떠오르는 영감이 있다면 그런 귀중한 발상을 우선 메모해 두었다가, 작성 도중에 설정을 보강하거나 일부 과감하게 수정하는 자세가 특히 중요하다.
언어
창작심도가 깊을수록 자연히 언어적 측면에서의 창작 역시 깊이 고려되어야 한다. ‘언어적 창작’이란 곧 세계 내의 인물이 소통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에 대한 창작이다.
지구 인문변경형 가공지도에서는 많은 경우 실제 배경이 되는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를 그대로 차용할 수 있지만, 지구 자연변경형 가공지도에서부터는 그 변경 정도에 따라 새로운 지역 방언이 존재하거나, 기존 언어에서 별도의 언어가 파생 혹은 분화되어 있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것을 고려한다면, 창작자는 현실의 언어와 비슷하지만 다른 언어(a posteriori language)를 창작하게 될 것이다. (현실의 언어 어휘를 참조하지 않고 창작된 언어를 적용한다면 현실의 고립어(비교언어학)처럼 기능하겠으나, 주변 언어권과 교류가 있다면 상호 차용이 필연적일 것이다.)
비지구형 가공지도의 경우, (행성을 초월한 모종의 교류가 배경에 있지 않다면) 지구의 언어는 완전히 통용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므로 창작자는 언어를 현실의 언어 어휘 등을 참조하지 않고 창작하는 것(a priori)이 보다 견고한 설정의 기반으로 될 것이다. 해당 세계의 인간 간 소통 방법이 다르거나, 이론창작형으로 인간의 신체 구조가 다르거나, 언어를 만드는 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등의 경우, 현실의 언어에서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깨져 있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언어적 창작’은 경우에 따라 지도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별도의 사전이나 설명 문구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명과 건물명 등은 해당 세계의 언어가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언어적 창작이 세계 창작의 중심을 지도가 아닌 인공 언어 창작으로 옮겨가게 하며 지도 창작을 저해할 정도에 이른다면, 임시적인 조치로 창작자에게 익숙한 언어로 지도를 작성하고, 지도 작성 도중 혹은 완성 이후에 그 지도의 언어를 세계 내의 언어로 재구성(일종의 ‘번역’)하는 것 또한 고려할 수 있다.
언어 자체의 창작을 생략하고 현실의 언어로 대체·번역하였다는 설정 아래에서 창작하더라도, 배경이 되는 문화가 다르면 존재할 수 없거나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어휘가 여럿 있다. 이는 현실 지구에서 외국어로 번역할 때에도 중의성이나 모호성을 살리기 어려운 것과 상통하는데, 지도 배경 세계의 창작심도가 깊을수록 그 어려움의 빈도 역시 많아질 것이다.
가령, '교회'는 한자어로서는 특정 종교의 요소를 나타내지 않고 단지 '가르침·종교의 모임'(敎會)의 뜻만을 가지지만, 현실의 한국어에서 이 단어는 크리스트교 이외의 종교 시설에 대해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성당'(聖堂) 역시 비슷하다. 한국어를 쓰지만 종교 문화가 완전히 다른 세계(국가, 지역)를 설정한다면 '교회·성당'이라는 표현은 어떤 믿음을 가진 이들의 시설을 가리킬 것인가, '절'과 '교회'는 어떻게 구별될 것인가 하는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할 것이다.
동식물, 사물 등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떠한가도 현실의 여러 국가와 민족의 상징처럼 여겨질 정도로 문화권마다 크게 다르다. 현실의 한국어에서 '개 같다'라는 표현은 매우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한국어를 쓰는 것으로 설정된 세계에서 개를 신성하게 여긴다면 같은 표현이 '존경스럽다'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세계에서 금(金)이 아주 흔한 광물이라면 '금값'은 싸구려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 금에 해당하는 광물이 아예 없다면, 그런 단어 자체가 없을 것이다.
이런 일반적인 언어 요소 또한, 지명을 구성할 때에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직접적으로 지도에 '개 같다'나 '금값'과 같은 단어를 쓸 일은 없더라도, 전래되는 지명에서 비유적이거나 신화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예는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한국어로 번역된 지명의 이면에서는 '개마을'과 '금돌마을'의 인상이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
지명
일반적인 경우, 지도에는 지명이 기입되어야 한다. 광역 지명(면적이 넓다면 '대륙', '나라', 국가 한 개 정도라면 한국의 '도', '광역시')을 먼저 붙이든, 보다 좁은 지명(마을 이름, 골목 이름)을 먼저 붙이든 작성하는 순서에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지명을 지도 작성자가 만든 시점과, 세계 내에서 지명이 쓰이기 시작한 시점은 다를 수 있다.
지명은 흔히 '특징+지형지물'의 구조로 구성된다.
현실의 지명으로 예를 들면 대전은 大田, '큰(특징)+밭(지형)', 수원은 水原으로 '물(이 있는 특징)+벌판 혹은 고을(지형)', 홍천은 洪川으로 '넓은(특징)+강(지형)'과 같은 식이다. 말하자면 가장 기초적인 지명일 것이다. [6]
그보다 비교적 나중에 붙여지는 지명 중에서는 전해지는 전승 혹은 역사적 사실에서 가져와 붙이거나, 지역에 대한 바람을 담아 붙여진 것도 많다. 이들은 그 뒤에 지형지물의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10리를 더 걸어가라고 했다는 무학대사 설을 따랐을 경우의 '왕십리'(往十里)[7]나, 발전과 평화를 기원하는 신흥(新興), 태평(太平), 망상(望祥), 천안(天安) 등의 지명이 지형지물 요소를 담지 않은 지명일 것이다.
경주(慶州), 광주(光州)와 같이 크고 중요한 도시의 경우, 긍정적인 의미의 표현과 행정 구역 단위만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서울'처럼 아예 일반 명사가 단독으로 지명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 문헌
篠永康平. 2018. 「架空地図の作り方」. 想像地図研究所.
- ↑ 실존하지 않는 지역 등의 세계를 묘사한 지도 형태의 도면을 말한다. '가상 지도', '상상 지도', '공상 지도'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된다.
- ↑ 지구상의 자연을 인간이 가공하여 탄생한 현대의 문명 혹은 그에 유사한 환경으로 설정된 땅(혹은 바다, 강 등을 포함할 수도 있다)이 배경인 가공지도를 말한다.
- ↑ 인류에 의한 공사 등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을 정도로 크게
- ↑ 지구를 배경으로 하되 '자연의 섭리'로 볼 만한 과학 법칙 등이 변형되거나 마법과 초능력 등이 사용된다면, '지구 이론창작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변형의 정도에 따라 특성이 크게 변화하므로, '지구 자연변경형'과 '비지구 이론창작형'의 중간 위치로만 두고 별도로 세부사항을 작성하지 않았다.
- ↑ 여기에서 '알려져' 있다는 것은 현실에 비유하면 출생 등록, 납세 등으로 서류에 정체가 밝혀져 있는 모든 것에 해당한다.
- ↑ 이곳에서 '기초적인' 지명으로 언급한 것은 그 구조가 기초적이라는 것이며, 이들 지명의 역사가 무조건 오래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 무학대사 설을 따를 경우 '왕-십리'이므로 10리라는 거리의 요소는 담았지만 특정한 지형 지물로 해석할 수 없다. 이 설이 매우 널리 알려진 설이므로 인용하였으나, 지도에 따라 다른 한자 표기가 존재하는 등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보기에는 난점이 있다.